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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STORY] 낡은 건물 성형하니 자산 가치 ‘쑥쑥’
2015.07.27 오후 1:57:49

기사입력 2015-07-27 09:09

부동산 재테크의 성패는 건물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만드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낡은 건물을 깔끔하고 세련되게 재단장하고, 공간에 스토리를 입히는 등 건물을 보유한 자산가들이

부지런히 부동산 성형에 나서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서 30년 된 허름한 4층짜리 상가로 월세 2400만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80대 자산가 A씨. 평소 수익률에 크게 연연하는 편이 아닌 탓에 건물의 외관이 상당히 낡았는데도 그동안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지냈다. 월세도 10년 동안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주변 상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대료는 저렴한 편이었지만 낡은 외관과 시설 탓에 새로운 임차인을 유치하기가 힘들어졌다. 악성 연체도 지속돼 월세 2400만 원 가운데 겨우 1000만 원 정도만 꼬박꼬박 통장으로 들어왔다. A씨는 빌딩자산관리 업체를 통해 건물 리노베이션을 시도했고 2012년 건물 리모델링과 동시에 머천다이징(MD), 즉 임차인을 재구성한 결과 3년이 지난 현재 월 5500만 원의 임대수익을 올리고 있다.

A씨의 사례처럼 부동산 성형을 통해 더 많은 임대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리모델링, 신축, 임차인 재구성 등 건물의 내·외부 성형으로 건물의 매력 지수를 높여 임대수익과 시세 차익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빌딩자산관리업계에 따르면 ‘건물 성형’은 부동산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든 2003년부터 강남의 부유층을 중심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때야 건물을 매입해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시세가 올라 차익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침체기에는 건물 가격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건물 노후화-공급 과잉-공실

악순환 고리 끊는 부동산 성형

부동산 성형의 대표적인 방법으로 건물 리모델링을 꼽을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상업용 건축물 허가 면적에서 리모델링 비중은 2002년 전체의 14.5%에 불과했으나 2012년 40.7%로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작년 초 금융권 최초로 종합 부동산 관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건물 신축 및 리모델링과 관련한 고객의 요구를 직접 확인했다. 임대차 관리부터 건물 신축 및 리모델링으로 고객의 부동산 가치를 업그레이드해주는 것은 물론 신탁까지 컨설팅해주는 서비스인데, 지난 1년간 전국 각지에서 온 상담 문의가 150여 건에 달했다고 하나은행 측은 밝혔다. 배정식 하나은행 신탁부 팀장은 “자산가들이 노후화된 중소형 빌딩을 신축해 새로운 임차인을 재구성한 뒤 임대수익을 높이고 싶다는 요청이 상담 문의 가운데 80% 이상을 차지했다”며 “이들 대부분은 60~70대로, 200억~300억 원대 자산을 보유한 강남 부자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시내 상업용 건물의 전반적인 노후화가 성형을 부추기는 주된 요인이라고 진단한다. 강남 지역의 토지 개발이 한창 이뤄지던 1980년대에 지어진 중소형 건물들이 리모델링 연한인 30년을 넘어서면서 본격적인 리모델링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외벽이 타일로 된 4~5층 건물은 리모델링이 시급한 건물이라고 보면 되는데,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리모델링 대상인 비주거 중소 규모 건물은 어림잡아 56만 동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빌딩자산관리 전문 업체 위더스에셋 인베스트먼트의 배상균 대표는 “10년 전만 해도 부동산 시장에 상업용 건물의 공급량이 많지 않아 건물이 다소 낡아도 냉·난방기를 직접 설치하고서라도 입주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지만 지금같이 공급이 넘치는 시대에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빌딩의 건물주들은 우량 임차인 모집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1~2년 사이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의 빌딩들 가운데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옛날 방식의 중앙 냉·난방식 건물들에 공실이 생기면서 부동산 성형 요청이 부쩍 늘었다는 게 배 대표의 설명이다.

금리 1.5% 시대를 맞아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점도 그나마 안정적으로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지난 4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5 상반기 전국 상업용 부동산 임대시장 동향 보고서를 보면 중소형 빌딩의 연간 임대수익률은 강남이 평균 4~5%, 강북이 5~6%대다.

빈티지 부동산 매입 후 개보수 인기

리모델링 시 예상 수익률 계산 필수

부동산 성형은 어떻게 이뤄질까. 크게 리모델링과 신축, 임차인 재구성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낡고 다소 저렴한 빈티지 부동산을 매입해 신축 혹은 리모델링한 뒤 용도를 변경해 임대료를 높이는 게 요즘 트렌드다. 임차인 유치가 어려운 낡은 건물을 비교적 싼값에 인수해 부동산 성형을 한 다음 임대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선호한다.

기존에는 인기 상권의 대로변에 있는 번듯한 건물을 매입하는 것이 상가 투자의 정석이었다면, 최근에는 이면도로에 위치한 싸고 조용한 단독주택을 상가로 리모델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동산 자산관리 업체인 리얼티코리아가 지난 1분기 중소형 빌딩 거래가 가장 많았던 강남 신사동, 서초 서초동, 마포 서교동의 연식별 거래량을 조사한 결과 60.6%가 준공된 지 최소 15~20년이었다. 배준형 리얼티코리아 팀장은 “오래된 건물은 비교적 인수가가 저렴한 데다 신축, 증축하면 용적률을 높일 여지가 있기 때문에 임대면적이 늘어날 수 있어 수익률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독특한 ‘스토리’로 공간의 가치를 높이는 ‘스토리텔링 성형’도 최근 성행하고 있다. 임대 공간에 입주할 업체를 모집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처음부터 ‘테마’를 정해 건물을 하나의 유기체로 만든 뒤 공간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 종로의 ‘그랑 서울-식객촌’은 스토리 하나로 해당 건물의 임대수익은 물론 인근 주택, 상가의 시세까지 들썩이게 한 대표적 사례다.

신축이나 리모델링 등과 같이 많은 비용을 투자하기 어렵다면 우량 임차인을 유치해 건물 가치를 상승시키는 방식도 있다. 여기서 우량 임차인은 자금력을 확보하고 장기간 입주가 가능한 운영 능력을 갖춘 임차인으로, 주로 법인 성격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일컫는다. 임대인이 돈을 들이지 않고도 우량 임차인을 확보함으로써 그들이 직접 리뉴얼 공사 및 입주에 관한 전반적인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 결국, 임대료를 높게 받으려면 최적의 임차인부터 찾아야 한다. 그러나 어떤 건물이든 외형을 뜯어고친다고 해서 무조건 높은 임대수익률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수억 원을 들여 성형했는데, 임대료가 그만큼 보전해주지 못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셈이다. 따라서 건물을 매입하고 리모델링을 하기 전에는 예상 수익률을 계산하는 것이 필수다.

배 팀장은 “건물주가 전문가 수준이라면 직접 밸류업을 실행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고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부담을 느끼는 건물주들이 많아 부동산 성형의 80%가량이 금융권이나 빌딩 자산관리 전문 업체 등 전문가의 도움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경 기자